안녕하세요, 비즈니스 혁신 파트너 BSG입니다.
"전 세계 ERP 1위가 어디인가요?"
간단한 질문 같지만, 자료를 찾아보면 당황하게 됩니다.
어떤 보고서는 Oracle이라고 하고, 어떤 곳은 SAP라고 하고, 또 다른 곳은 Microsoft를 1위로 꼽습니다.
누가 틀린 걸까요? 아무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세는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오늘은 ERP 시장 순위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회사에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골라낼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가장 흔한 기준은 매출입니다.
시장조사기관 Apps Run The World의 2024년 집계에 따르면 ERP 매출 순위는 이렇습니다.
| 순위 | 벤더 | ERP 매출 |
|---|---|---|
| 1 | Oracle | 87억 달러 |
| 2 | SAP | 86억 달러 |
| 3 | Microsoft | 54억 달러 |
| 4 | Workday | 33억 달러 |
| 5 | Sage | 31억 달러 |
Oracle이 사상 처음으로 SAP를 제쳤습니다.
다만 격차는 1억 달러 수준으로, 전체 규모를 생각하면 사실상 동률에 가깝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상위 10개 업체를 다 합쳐도 시장의 4분의 1 남짓이라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수많은 중소·산업특화 벤더들이 나눠 갖고 있죠. ERP 시장이 생각보다 훨씬 파편화돼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고객 수로 세면 그림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순위 | 벤더 | 고객 수 |
|---|---|---|
| 1 | Sage | 약 610만 |
| 2 | Intuit QuickBooks | 500만 이상 |
| 3 | SAP | 약 14만 |
| 4 | Oracle | 약 10만 |
| 5 | Microsoft Dynamics | 약 10만 |
SAP가 3위로 내려앉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매출과 나란히 놓으면 흥미로운 사실이 보입니다.
고객 한 곳당 매출을 계산하면 이렇습니다.
Sage는 약 500달러, SAP는 약 6만 달러, Workday는 약 66만 달러.
같은 'ERP 벤더'라는 이름을 쓰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시장에서 놀고 있다는 뜻입니다.
Sage와 Intuit은 소규모 사업자를 수백만 곳 상대하고, SAP와 Workday는 대기업을 상대합니다.
이 둘을 같은 순위표에 놓는 것 자체가 사실 어색한 일이죠.
기업 입장에서 가장 유용한 건 사실 전체 순위가 아니라 우리 산업에서 누가 강한가입니다.
한 조사기관이 4만 건이 넘는 공개된 ERP 구축 사례를 분석한 결과, 산업별 편차가 뚜렷했습니다.
SAP가 압도적인 영역은 규제가 엄격하고 공정이 복잡한 산업입니다.
제약(96%), 자동차(81%), 석유·가스(78%), 항공우주·방산(78%), 식음료(73%), 제조업 전반(59%) 같은 곳이죠.
반면 다른 벤더가 앞서는 영역도 분명합니다.
소매와 건설에서는 오픈소스 ERP가 1위를 차지했고, 소프트웨어·SaaS 기업에서는 Oracle NetSuite가, 공공 부문에서는 Microsoft Dynamics가 앞섰습니다.
즉 "ERP 1위"라는 질문보다 "우리 산업에서 검증된 곳이 어디냐"가 훨씬 실용적인 질문입니다.
자료를 찾다 보면 시장 규모조차 제각각입니다.
어떤 곳은 550억 달러, 어떤 곳은 1,0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을 ERP로 볼 것인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회계 소프트웨어까지 포함할지, HR과 공급망 솔루션을 넣을지, 클라우드 구독만 셀지 유지보수까지 셀지에 따라 숫자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ERP 시장 자료를 볼 때는 세 가지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무엇을 세었는지, 언제 집계했는지, 누가 조사했는지.
이 세 가지가 다르면 같은 시장을 두고도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순위는 기준마다 다르지만, 모든 조사가 일치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ERP 시장의 무게중심이 클라우드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것입니다.
조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클라우드가 전체 도입의 70% 안팎을 차지하고 신규 도입에서는 비중이 더 높다는 결과가 공통으로 나옵니다.
온프레미스 시장의 성장은 사실상 멈췄고, 신규 투자는 클라우드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다룬 ECC 지원 종료와 S/4HANA 전환 이슈도 같은 흐름 위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관점입니다.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습니다.
그리고 앞서 본 대로 제조·자동차·화학·식음료처럼 공정이 복잡한 산업에서는 SAP의 점유율이 압도적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을 갖춘 기업일수록 다국가 대응 역량이 중요해지고요.
동시에 국내에는 영림원, 더존처럼 한국 회계·세무 환경에 특화된 선택지도 있습니다.
이 비교는 예전 글에서 다룬 적이 있죠.
결국 판단 기준은 순위표가 아닙니다.
우리 산업에서 검증됐는가, 우리 규모에 맞는가, 해외 법인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선택을 함께 운영해줄 파트너가 있는가.
"ERP 1위가 어디인가요"라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매출로는 Oracle, 고객 수로는 Sage, 설치 기반으로는 Microsoft, 제조·규제 산업에서는 SAP가 1위입니다.
그래서 더 나은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와 비슷한 회사들은 무엇을 쓰고 있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순위표를 보는 시간보다, 우리 산업의 사례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 값진 이유입니다.
출처 : Apps Run The World ERP 벤더 매출·고객 수 집계, ERP 구축 사례 기반 산업별 분석, 글로벌 ERP 시장 조사 자료 종합
기획 : 도예원